Jeongju Jeong’s solo exhibition 《Luminous City》 - Interview, 2024
Jeongju Jeong
공간과 빛과 은유된 마음, 2022
정정주
미디어 작업과 설치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 정정주 작가는 한국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그 순수 미술과 건축을 모티브로 한 현대 미술을 전공을 했다. 그는 한국에 귀국 후 계속해서 건축물 모형과 비디오 카메라를 활용한 실시간 비디오 프로젝션 조각 작업과 빛을 같이 다루는 영상 미디어 작업을 같이 해오고 있다.
도시 시리즈, 내부로의 응시
작가는 한국에 귀국 후 도시 시리즈에 집중하게 되었고, 첫 시리즈 작업은 작가가 일산과 서울을 오가며 마주한 박스 형태의 유리 벽으로 촘촘히 이어진 큰 야외 쇼핑몰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다.
실내의 공간을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은유의 공간이라고 할 때, 보통의 경우 내부의 공간은 창문과 문 그리고 들어가는 입구를 통해서 바깥과 안이 상당히 구분이 되어 있는 것으로 상징 된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와서 계속 접했던 공간은 그런 공간의 구분이 상당히 흐려져 있었고, 오히려 어떤 공간은 외부에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는 창백한 빛으로 가득 차 있는 텅 빈 공간 혹은 완전히 막혀 있는 공간, 벽인지 문인지 창인지 헷갈리는 아파트의 베란다 같은 공간 등 굉장히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작가는 이런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여러 개의 시리즈 작업을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도시 시리즈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왜 공간과 공간에 대한 시선에 주목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작가가 어릴 적 자랐던 전라남도 광주에서 경험한 5.18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면 동생과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숨어 있던 기억, 총소리가 잦아들면 누나와 동생과 함께 시내로 소년 중앙을 사러 갔던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사이에 마주하고 있는 불 타 있는 차와 유리 조각으로 가득 찬 거리의 모습, 텅 빈 어떤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모습, 굉장히 환한 빛으로 가득 찬 유리 벽으로 되어 있는 상가 건물의 모습 등을 떠올렸고, 공허하면서도 두렵고, 낯설면서도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그 때의 시선이 도시 시리즈에서 보여준 빈 공간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계속해서 광주 5.18과 관련된 상징적인 건물들을 다루는 시리즈를 진행하게 되었고, 역사적인 사건과 이에 대한 기억이 추모되고 승화되는 과정에서의 어떤 조형적인 표현에 대해 시도하였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서 투명한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 개인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그 상처를 내면화하고 치유하는 과정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로비, 수색로 빌라와 같은 시리즈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빛 시리즈, 외부에서의 응시
작가는 조각을 공부하다 독일로 간 후 독일의 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작은 집을 하나 임대 해 살았었는데, 당시 어학을 잘하지 못해 어학원을 다녀온 후 하루 종일 그 작은 집에 있곤 했었다. 그는 집에 있을 때면 늘 방 안의 모습과 방의 창문 밖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그렸다. 방을 그리던 어느 날 창 밖에서 들어온 독일의 밝고 강한 햇볕과 바깥에 펼쳐진 끝없는 정원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아름다워 계속 응시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빛이 작은 방 안으로 들어와 계속 움직이는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작가가 앉아 있던 책상 안 발 끝까지 길게 들어오다 사라졌는데, 이 모습에서 문득 서늘한 공포감을 느꼈다.
창문에서 작가의 발까지는 약 3m 내외의 거리였으나, 창문을 기준으로 그 빛이 있는 광원인 태양까지의 거리를 상상해보니 상상할 수 없는 먼 거리였고, 그 사이 공간감이 느껴지면서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있는 어떤 지점으로부터 빛이 출발해 창문을 부딪히고 내가 있는 안쪽 공간까지 들어오는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과 어떤 차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빛은 미술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앞선 개념에서는 다른 차원의 세계, 나아가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즉, 빛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물질 세계를 떠나 그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것 혹은 종교에서의 신을 상징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작가는 방 안을 훑고 지나간 빛에 대한 경험을 마치 거대한 혀가 공간을 쓱 훑고 지나간 것 같은 촉각적 경험으로 표현하였는데, 그는 그런 낯선 감각에서 자연스럽게 빛의 다른 차원을 상상하게 되고 이를 작업으로 다루게 되었다.
작가의 작업 안에서 빛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빛이 움직이는 걸 관찰하는 것은 결국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어떤 다른 차원 혹은 그 엄청난 거리감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공포감의 경험을 시각화하고 물질화하려는 시도였다. 여기에 숭고라는 철학적 개념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빛 그리고 형태화된 어떤 조각적인 빛 그리고 빛의 스펙트럼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색들과 연결하며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형이상학적 별
형이상학적인 별이라는 작업의 시작은 건축물의 형태를 별의 상징적 형태로 변환하며 시작되었다. 작가가 건물을 관찰할 때 보았던 직선과 곡선 그리고 수직과 수평이 마주하는 교차 지점에서 느낀 것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2010년 직선의 공간과 꺾어진 공간 그리고 휘어진 공간을 서로 교차 시키고 그 안에 강렬한 빛의 조명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점차 추상적인 구조로 바뀌며 삽입되고 교차된 형태의 구조가 휘어지고 집적된 형태로 변한 버전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먼저, 기본적으로 작업의 모든 면에서 건축 공간이 가지고 있는 형태를 마음으로 은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실제 건축물의 이미지를 활용한 모형을 제작할 때에는 건물의 스케일이나 특성, 수직-수평의 방향성, 재질 등 그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어떤 분위기와 조형적인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공간과 관객을 어떻게 소통시킬 수 있는가 고민하는데, 초기 작업들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해 건물 내부에서 찍고 그 후 창문과 같은 구조물을 통해 건물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을 촬영함으로써 건물 내부의 축적과 사람이 서 있는 축적 사이에 그 대비를 실시간으로 그 전시장 공간에 상영하는 방식으로 설치하며 건물과 실제 관객이 어떤 식으로 대면하는지 작업으로 풀어냈다. 이후에는 카메라가 빠지고 빛의 변주와 건물 구조에서 보여주는 표면상의 구조가 같이 결합되는 작업으로 확장되며 관객들에게 다른 아름다움과 내면에 대한 관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3D 작업
5-6년 전부터 시작한 3D 영상 작업의 경우 초기에는 건물 모형을 잡기 위해 제작을 시작했었으나, 이후에는 카메라의 움직임, 빛의 움직임을 구현하며 영상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공의 공간과 인공의 빛으로 이루어진 조합을 흥미롭게 생각했다. 본 작업에서 관객의 시점을 잡고 관객이 어떻게 그 공간을 경험하는지를 상상하며 제작하는데, 이러한 기준이 빛과 색의 움직임을 정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야외 설치
경주에서 첫 야외 작업 설치를 진행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항상 실내에서 빛과 카메라를 사용해 설치했던 건에 익숙했었는데, 야외 설치를 하면서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관람객의 반응을 고려하게 되며 어렵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경주라는 공간 특성과 형이상학적 별이라는 추상적인 세계를 결합하여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재미를 기대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상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